국내 ‘패스트푸드점’은 막대한 자본력이 수반된 일부 대형매장들이 전체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지만 청소년층을 대상으로하는 학교 인근의 매장들은 적은 자본으로도 오픈이 가능해 지금도 소자본 투자 창업 아이템중 하나로 꼽힌다

 수유1동 혜화여고 앞 '맛존버거' 매장전경

7평 남짓한 공간이 전부인 수유점 ‘맛존 버거’는 양념된 생고기가 직접 구워 서비스된다는 점과 대기 고객의 지루함을 일거에 날려버리는 남창수(53) 사장의 구수한 입담으로 항상 웃음이 가득하다.

특히 ‘맛존버거’는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반영한 현실적인 가격과 음료수를 무료 제공해주는 넉넉함에 고객들은 바톤을 이어받듯 잦은 출입으로 좀처럼 남사장의 휴식을 허락지 않고 있다.

오픈한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창업 기간에 비해 ‘맛존 버거’의 급성장은 뭔가 남다른 사연이 있다. 굳이 매장을 찾는 손님이 아니어도 ‘맛존 버거’ 앞을 지나다가 주인과 얼굴이 마주치기만 해도 반가운듯 가벼운 눈인사를 한다.

마치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처럼 말이다. 이처럼 ‘맛존 버거’를 찾는 고객들은 독특한 맛의 햄버거와 샌드위치에 매료된 탓도 있겠지만 정감이 샘솟는 매장 분위기에 더욱 빠져드는 모양이다.  

꽁지머리에 중절모를 눌러쓴 남창수 사장의 모습이 전혀 매장 분위기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그는 단 몇마디로만으로도 상대방을 자기 편으로 만드는 특유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인터뷰 중간에도 고객에게 불쑥 건네는 말 한마디에 매장의 분위기를 웃음의 도가니로 만드는 남창수 사장만의 독특한 창업세계를 담아본다.

좀처럼 매장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풍모다. 문득 벽면위에 붙어있는 ‘닥치는 대로 살아라’라는 남사장의 좌우명이 매치되면서 순간 그를 이해하게 되었다.

“인생 즐겁게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근심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도 아니고요” 남사장의 시원스러운 성격에 손님들은 집처럼 편안하다는 반응이다. 햄버거 먹는 시간은 고작 3분정도지만 그 사이에도 남사장은 쉴세없이 꼬마손님들과 대화를 한다.

“햄버거 맛도 최고구요. 저희들을 너무 기쁘게 해주십니다. 때로는 우리 아빠 같기도 하구요” 그를 향한 학생들의 한결같은 멘트를 듣노라면 남창수 사장은 과히 지역 스타라 할 수 있다.

매장을 찾는 수많은 자식들과(?) 함께 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 남창수 사장. 어두운 그늘을 조금이라도 찾아보기 어려운 그에게도 사실 말 못할 과거사로 있었다고 한다.

“여행사도 운영해보고 집사람과 정수기 사업도 해봤습니다” 남사장은 특유의 넉살과 사람들을 휘어잡는 관리 능력으로 오랜기간 사업을 이끌어왔지만 생각보다 기나긴 경기불황의 터널을 그 또한 헤어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에는 청천벽력의 큰 아픔도 겪었다. 갑자기 쓰러진 아들을 일으켜 세우려고 물심양면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자식을 하늘나라로 보내게 되었다.

영원히 지울수 없는 아픈 기억을 마음 한 구석에 담아 놓다보니 학생들에게 대하는 남사장과 동업자인 아내는 그들 모두가 자신들의 자식인 셈이다.

‘맛존 버거’는 수유1동 혜화여고, 수유 중학교, 유연초등학교등 상가 주변으로 약 2천여명의 배후수요가 있는 위치적 장점이 있다.

“지난 5월 맛존 버거점을 내기전 건너편에 떡볶이집을 한달여 운영해봤습니다. 학교 주변이라 동종업종이 2곳더 있었지요. 그럭저력 어른들은 먹을 만 하다는데 도통 학생들이 몰려오지 않더라구요”

남사장은 더 이상 승산이 없는 게임은 접기로 하고 주변에서 권유한 햄버거 매장 오픈을 준비키로 결정하고는 고려대학교 명물 ‘영철 스트리트 버거’를 찾아가 체인점 상담을 받았다.

그러나 창업비용이 만만치 않아 자금 계획에 맞는 점포를 물색하던중 전에 미장원 자리였던 현 위치에 ‘맛존버거’를 오픈했다. 생각보다 빠르게 ‘맛존 버거’는 상가 주변 주 고객층의 입맛을 사로잡기 시작했고 홍보는 학생들 사이의 퍼진 입소문으로 대신했다.

“날씨가 따듯해질 무렵 장사를 시작해 손님들이 찾아줄까라는 염려를 했지만 오히려 여름 시즌 햄버거가 더 불티나게 팔려나갔습니다. 방학중인데도 학교 수영장을 이용하는 학생들도 많았고 휴일에는 공을 차러 학교 운동장을 찾는 사람들이 우려의 빈틈을 채워주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