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4호선 노원역을 중심으로 좌우에 형성된 노원역 상권은 서울 동북부 지역 최대 상권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3만8000여 가구에 이르는 상계동 일대 아파트단지가 배후에 자리잡고 있는데다 노원구,강북구,성북구, 경기도 의정부와 동두천 등에 경쟁상권이라고 할 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상권정보사이트 상가뉴스레이다의 서준 상권분석팀장은 "주거면적에 비하면 상권이 좁게 형성돼 공급보다 수요가 넘치는 안정적인 상권"이라며 "가게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는 것도 이런 안정성에서 비롯된다"고 평가했다. 자영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인 상권이란 설명이다.

상권 분석업체인 타스테크의 박대영 수석컨설턴트도 이 같은 수요초과 현상에 대해 동의하는 입장이다. 박 컨설턴트는 "음식점을 건물 2층에 열어도 장사가 될 정도로 수요에 비해 점포 공급이 부족한 지역"이라며 "평당 수익률이 비교적 낮은 음식점은 권리금이나 임대료가 비싼 대로변 1층 점포를 고집하지 말고 차라리 건물 2층에 넓은 평수를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메인 상권은 노원역 9번 출구를 나와 상계 주공아파트 7단지로 향하는 도로변과 2번 출구를 나와 주공아파트 5,6단지로 향하는 도로변 양쪽 상가 지역이다. 이른바 중앙로 상권을 말한다. 이 상권에서 가장 입지가 좋은 A화장품 가게의 한달 매출은 1억2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보통 화장품 업종의 마진율 30%를 적용하면 한달 순익이 3600만원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이처럼 중앙로 도로변 1층에는 패션상품 가게가 가장 유망하다. 의류 신발 액세서리 화장품 점포들이 중앙로에 꽉 들어찬 것도 이 때문이다. 패션가게들이 언뜻 포화상태를 이룬 것처럼 보이나 중앙로에서 매물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장사가 잘 된다는 증거다.

중앙로에 가게 자리가 워낙 적다 보니 최근 먹자골목 중간에 와우쇼핑몰이 생겨 패션점 공급은 늘어났다. 하지만 노출도가 떨어지는 대형건물 안 매장이어서 손님은 뜸한 편이다.

중앙로 일대 건물 2,3층에는 주로 주점들이 자리잡고 있다. 수요 기반이 탄탄하다는 소문으로 주점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이익을 남기기가 점차 힘들어지고 있다.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쪼끼쪼끼 본사의 권순만 이사는 "20대 대상의 가격파괴형 주점들이 내놓는 1만원짜리 안주는 청년 3~4명이 먹어도 충분할 정도"라며 "같은 형태의 주점으로는 이익을 내기 힘든 만큼 배후단지 중년층이 들를 수 있는 분위기로 가게를 꾸며야 성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앙로에서 동쪽으로 길게 형성된 먹자골목의 50여개 음식점 중 70% 정도는 고깃집이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장은 "노원역 상권 먹자골목에 난립한 고깃집을 또 하나 내는 것은 무리수"라며 "그렇다고 희소성에 매달려 일식집을 내는 것도 자살행위"라고 충고했다. 고가의 일식 메뉴는 배후 수요층의 주머니 사정과 전혀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 상권에 프랜차이즈 외식점이 드문 만큼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한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유망할 것으로 판단했다.

박대영 상권 컨설턴트는 "소비자가 특정 점포를 자주 방문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재방문율이 높은 지역이어서 서비스의 질이 더욱 중요시된다"며 "40대 주부를 공략할 수 있는 굴요리 전문점이나 주얼리 가게도 꾸준한 매출이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로와 먹자골목 외에 노원역 2,9번 출구와 곧바로 연결된 대로변은 학원가를 이용하는 중고생들과 주부,퇴근길 직장인들의 주요 동선이어서 팬시,문구,화장품 등 소매점이 유리하다. 이들 업종을 취급하더라도 영업형태는 박리다매를 지향해야 한다. 2만원을 넘는 중가 상품은 이 상권에서 여지없이 '왕따'를 당할 공산이 크다. 서준 상가뉴스레이다 팀장은 "학생이든 주부든 1만원짜리 이하 상품에만 눈을 돌리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문을 연 이랜드 계열 잡화점도 1만원 이하 가방이나 신발을 파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객단가가 낮아 서울 웬만한 상권에서 볼 수 있는 커피점 스타벅스나 파스쿠찌를 여기선 찾을 수 없다.

'강북의 대치동'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학원이 밀집,학생들이 붐비지만 섣불리 분식점을 여는 것은 금물이다. 대부분 학원 안에 간이 분식매장을 차려놓았기 때문이다. 분식을 취급할 요량이라면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깔끔한 우동점이나 프랜차이즈 김밥집이 괜찮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한국경제 강창동 유통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