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을 옥죄는 정부의 연이은 대책 발표에 따라 상가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부동산 전반에 걸친 투자심리위축으로 이렇다할 상승세를 견인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상가시장내 상품별 양극화만 뚜렷한 가운데 여전히 단지내 상가에 대한 관심비중만 높다. 올들어 이미 진행된 단지내상가 분양열기가 지난해 수준에는 못미치지만 안정적인 투자처의 잇점은 늘 투자자들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한다.

이처럼 여러 상가투자 상품중에서도 유독 단지내 상가에 투자 쏠림현상이 일고 있는 이유는 풍부한 아파트 세대수를 배후로 둔 안정된 투자처이기 때문이다. 상가투자에 있어 단지내상가가 투자입문으로 이해되고 있는 연유 또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옛말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다. 지나치면 모자란 만 못하다는 의미로 단지내상가가 투자자들의 의도대로 황금알을 낳은 거위가 되면 다행이겠지만 뜻밖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는 확률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래서 상가투자는 어렵다.

학문적인 접근까지는 어렵더라도 최소 3년 이내의 상권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분석수준은 갖춰야 훗날 낭패가 없다. 다시말해 단편적인 상권분석에서 입체적인 상권분석을 이뤄내야 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단지내상가는 본질적인 기능수행 측면에서 본다면 상가의 직접적인 배후세대는 최소 500가구 이상은 돼야 기본 필수업종들의 업종간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으나 세대수가 지나치게 부족한 경우 수요빈약으로 필수 업종수가 제한돼 다른 상권으로 수요자 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

그렇다면 단지내상가는 아파트 세대수만으로도 충분히 상권으로서의 자생력을 갖출수 있을까? 필자 주변의 사례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대신해 보겠다.

수원에 사는 사업가 P모씨는 지난 98년 노후대비용으로 용인 수지 택지개발지구내 단지내상가 지하1층을 1억 3천만원(평당 1,000만원)에 분양받았다. 배후 아파트 세대수는 약1,200세대였고 단지내 독점 상가였다. P씨는 상가매입후 지하1층 식음료 매장에서 임차를 하겠다고 요구해오자 보증금 3,000만원, 월200만원에 세를 줬다.

상가투자의 묘미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기쁨은 2년도 채 못가서 쓰라림으로 바뀌었다. 아파트 주변으로 근린상가들이 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하면서도 부터다. P씨는 그래도 수요자 이탈이 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거대상권에 밀리면서 단지내상가는 점점 초라해지기 시작했다.

고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임대지불이 어려워지자 임차인들은 자리를 하나둘씩 뜨기 시작하더니 1층은 아예 부동산 업종으로 대체되었다. 한때 아파트 고객들의 최대 집객 장소였던 지하 식음료 매장도 주변 대형 마트에게 손님을 다 빼앗기고는 현재 그 자리는 교인들의 예배장소로 쓰이고 있다.

당연히 시세 또한 급강하면서 1층은 월세 100만원도 받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하층은 아예 거래조차 없다.

P씨는 상가매입 당시 ‘단지내 상가’의 세대수에만 관심을 가졌을 뿐 상권의 앞날을 내다보지 못한 점을 후회하고 있다.

또한 유동인구의 동선도 제대로 파악치 못한 실수도 인정했다. P씨의 단지내상가 앞 도로로도 아파트 지역 거주자들과 차량들이 드나들긴 하지만 새롭게 상권이 형성된 근린상가로 뚫려있는 출입구의 유동인구에 비하면 1/4수준도 안된다.

최근 단지내상가가 투자자들의 집중조명을 받으며 안정된 투자처로 부각되고는 있으나 적정한 수익률과 아울러 아무도 모르게 새 나가는 수요층의 움직임을 뒤로한채 막연히 세대수에만 의존한 투자결정은 자칫 낭패를 자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단지내상가 이 역시 주도면밀한 입체적 분석이 필요한 투자상품이 분명하다.

<매일경제 상가뉴스레이다 박대원 선임연구위원 (www.sangga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