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수익형 부동산 상품인 상가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신도시와 택지지구는 배후 수요가 풍부하고 교통 개발 등 굵직굵직한 호재가 겹쳐 투자자들 관심을 한눈에 받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상가 분양단지는 154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113곳 분양된 데 비해 36% 증가한 수치다. 지난 7~8월 휴가철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들어서만 19개의 상가가 공급됐다. 상가 평균 분양가는 8월 말 기준 3.3㎡당 2666만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위례·동탄신도시, 서울 마곡지구처럼 새로 조성되는 지역에서는 건설사들이 공급한 물량도 단시간에 분양이 마감되며 프리미엄(웃돈)까지 붙는 상황이다. 지난 4월 분양한 ‘송파와이즈더샵’ 상업시설은 최고 49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분양한 지 4일 만에 계약이 모두 완료됐다. 위례신도시 중심 상권의 1층 상가는 5000만원, 많게는 1억원 정도 웃돈을 줘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기에 위례신도시 중심상업지구 격인 트랜짓몰 내 준주거용지의 인기도 높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해 10월 중순 내놓았던 준주거용지 C2-4·5·6블록과 C1-5·6블록은 LH가 정한 토지비보다 약 400억원가량 높게 팔렸다.

위례 1층 상가 웃돈 5000만~1억원

LH 상가 낙찰가율 200% 훌쩍 넘어

단지내상가는 배후 500가구 넘어야

LH가 올 들어 공급한 단지 내 상가 중 유찰된 상가가 한 곳도 없는 점도 눈에 띈다. 올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간 공급한 단지 내 상가는 총 31개 단지 197개 점포로 하나도 남김없이 팔렸다. 지난 3월 평균 158%였던 LH 상가 낙찰가율은 6월 182%, 7월 225%로 계속 급등하는 추세다.

지난 몇 년간 공급이 위축되는 등 침체기를 겪었던 수익형 상가가 다시 투자자에게 많은 관심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은행 저금리 기조가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상가 투자수익률은 1.66%로 1분기보다 0.16%포인트 올랐다. 연간으로 따지면 평균 5.65%의 임대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은행 예치금리(2.49%)나 평균 2~3%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채권, 금융 상품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상가 임대수익률 자체가 올랐다기보다는 은행 예치금리가 사실상 제로금리에 가까워지면서 상대적으로 상가가 주목받았다는 얘기다.

지난 2월 임대소득 과세 방침을 골자로 한 ‘2·26 임대차 선진화 방안’ 발표도 오피스텔 투자 수요를 상가로 돌린 배경이 됐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은 주택, 오피스텔 같은 주거시설에만 적용되고 상가에는 직접적 피해가 없다. 가뜩이나 공급과잉으로 수익률이 저조해진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에서 상가로 갈아타려는 수요층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가 투자 유망지로 우선적으로 꼽히는 곳은 위례·동탄신도시 등 수도권 2기 신도시와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하남시 미사강변지구 같은 대규모 택지지구다. 이들 지역은 공통적으로 서울 도심과 가까우면서도 주거·업무지역으로 자리매김하는 곳이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아파트 입주 시점부터 풍부한 배후 수요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에 신도시나 택지지구 내 분양 중이거나 분양 예정인 상가는 미래가치가 높은 편”이라며 “9·1 대책에 따라 당분간 대규모 신도시 개발이 없을 예정이므로 수도권 신도시 상업지구 상품의 희소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10월에는 반도건설이 동탄2신도시 시범단지 C15블록에 ‘카림애비뉴동탄’을 분양한다. 공사 완료 시점인 2017년 말에는 약 1㎞ 반경에 입주를 마친 1만2000여가구를 배후에 두게 된다. 동탄신도시는 인근에 삼성전자 DSR타워가 완공되는 등 업무지구 활성화가 시작되는 단계다. 분양가는 3.3㎡당 1층은 평균 2500만원대, 2층은 1000만원대다.

위례신도시 업무지구 22블록에서는 ‘효성해링턴타워더퍼스트’ 상업시설이 분양 중이다. 우남역에서 마천 방향 40m 메인 도로에 위치했으며 상가 앞으로 300실 규모의 군자녀 기숙사와 1500가구의 아파트가 있다. 분양가는 3.3㎡당 평균 2700만원대, 입주는 2016년 5월 예정이다. ‘위례자이아파트’ 견본주택이 오픈한 지난 9월 말부터 투자자 문의가 몰리고 있는 곳이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상가 분양가는 좀더 저렴한 편이다. 현재 분양 중인 마곡2지구 ‘마곡열린프라자’가 내년 12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지하 5층~지상 11층 규모에 지하철 5호선 발산역세권인 이 상가의 분양가는 3.3㎡당 900만원대부터다. 마곡지구에는 LG그룹 관련 11개 연구소를 비롯해 57개 기업이 입주할 예정이어서 입지 여건이 좋다고 알려진다.

하남 미사강변지구는 오는 11월 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 100필지가 공급될 예정이다. 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는 직접 거주하면서 임대수익도 올릴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미사강변지구 첫 입주가 올 상반기에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빠른 상권 활성화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평이다.

중심상업지구가 아닌 상권을 원한다면 아파트 단지 내 상가 투자도 가능하다. 단지 내 상가는 아파트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경기에 관계없이 수익이 꾸준한 게 장점이다. 신도시나 택지지구의 경우 중심상업지구가 한두 곳만 지정돼 있어 중심 상권에서 떨어진 아파트 위주로 투자하는 게 소비 수요를 독점하기에 유리하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는 “같은 단지 내 상가라도 이왕이면 배후단지 규모가 500가구를 넘는 단지 내 상가 투자가 유리하다. 주변에 대형마트나 근린상가가 있다면 수요가 분산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간분양 아파트 단지 내 상가로는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A29블록에서 ‘푸르지오아파트’가 10월 중 분양을 앞두고 있다. 동탄2신도시푸르지오는 전용면적 84㎡ 미만의 중소형 평형으로 구성된 총 1348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여서 풍부한 배후 수요를 기대해볼 수 있다. 내년 6월 입주 예정인 이 상가는 지상 2층, 전용면적 26~40㎡, 1개 동, 25개 점포로 구성됐으며, 이번에는 이 중 12개 점포를 먼저 분양한다. 분양은 점포별 내정가 공개 경쟁 입찰로 진행되는데 점포별 내정가는 2억2000만~3억6000만원 선이다.

LH 단지 내 상가는 배후 아파트 100가구당 평균 1개 점포 수준으로 건설되는 편으로 과잉공급 우려가 적은 게 장점으로 꼽힌다. 10월부터 전국 각지에 125개 단지 내 상가가 공급될 예정이다. 하남 미사지구 13개 점포, 경기 남양주 별내지구 8개 점포, 고양 삼송지구 11개 점포 등 수도권 단지 내 상가가 11월 공급을 앞두고 있다.

다만 신도시 내에서 아파트 입주율은 상권 형성에 결정적인 변수이므로 이를 잘 지켜볼 필요가 있다. 박대원 소장은 “아파트 입주가 완료된 후 상권이 자리 잡는 데까지는 2~3년 정도 걸린다고 볼 수 있다. 입주 시기를 충분히 고려해 상가 투자기간과 금융 계획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고 막연한 기대를 갖거나 무작정 상가를 분양받는 것도 금물이다. 상가를 잘 매입하면 5~6%대 수익률을 무난히 낼 수 있지만 웃돈 금액이 높아지거나 낙찰가율이 높아질수록 수익률은 떨어지게 된다. 김민수 알에셋자산관리 대표는 “낙찰가율이 150%를 넘거나 웃돈이 높게 형성돼 과열 양상을 보이는 곳은 무작정 들어가기보다는 상권이 안정되며 조정기간을 거칠 때까지 기다려 보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한다.